부산 집회를 다녀와서, 슬픔 그러나 포기하지 않기(2024.12.7)
비상계엄이 있은지 이틀이 지나고 맞는 첫 주말이 되었다. 집회에 나가야 하나 생각만 많았었다. 하지만 나의 마음이 아직 내 시간과 추위를 견딜 만큼은 아니었나 보다. 하지만 비상계엄 발령이 되는 것을 보고 현실을 부정할 정도의 비현실적인 상황을 맞이하게 되면서 이것은 생각의 여지가 없었다. 그냥 광장으로 나가는 것이었다.
1. 8년만의 다시 집회
누구나 그랬든, 8년 전에 광장에 나가지 않은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는 일치감을 가지고 있던 시대였다. 오랜 시간을 광장에서 보내고 국민들은 드디어 탄핵이라는 결과는 맞게 되었고 우리나라의 국격은 더없이 높아진 결과를 가지게 되었다. 그런 말이 있지 않았나 '눈 떠보니 선진국' 그래 국민의 자부심은 이제 전 세계적으로 K-열풍을 일으키고 대한민국을 모르는 나라가 없을 정도로 자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것도 문화적인 입지를...
하지만, 지금 대통령 하나 잘 못 뽑아서 하루 아침에 '눈 떠보니 후진국'이라는 말이 생겼고, 그것보다 매일이 어이가 없는 현실을 맞이하는 나날이 반복되었다. 그런데 비상계엄이라니, 그들의 말도 안 되는 계획들이 속속히 드러나고 있는 시점에 오늘 광장으로 다시 나갔다.
2. 다시 이들과 함께
집회는 정식으로는 5시부터인데 나는 3시부터 나갔다. 아들과 딸까지 좀 처럼 잘 움직이려 하지 않는 딸이 웬일인지 한 번에 같이 간다고 하였다. 다 생각하고 있었구나. 이 젊은 세대들도... 4시부터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하더니 광장을 꽉 매우기 시작했다 통행로도 비좁을 정도로. 그런데 어? 20대 젊은 층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나와 같은 어느 정도 연령대가 있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청년층들이 특히 20대 여성층들이 꽤 많이 모였다.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다시 8년 전의 그 자리에 돌아왔다. 그때도 겨울이었다.
3. 다시 실망
실시간 뉴스를 보면서 5시부터 탄핵 표결을 같이 보면서 집회 참여를 했는데, 설마 설마 하던 일들이 벌어졌다. 여당이 일제히 퇴장하는 장면을 첫번째는 2표 차이로 부결이 되었다. 세상에 두표 차이라니 이 상황에도 그들은 기득권만 생각하고 국민에게 엄청난 실망을 안겼다. 눈물이 났다. 포기해야 하나 이러한 무도한 현실에도 그들은 자리를 지키기 위해 국민의 반대편에 서다니 그것도 국민이 다 지켜보고 있는 상황에 고개를 너무나 뻣뻣이 들고, 진실로 눈물이 흘렀다.
4. 포기란 없다.
부결되지 않기 위해 여당국회의원 5명을 기다리며 될 때까지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오래 서 있었더니 허리와 무릎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추위에 몸도 으슬으슬해지기 시작했다. 옆에서 아이가 온기를 더해준다. 몸은 8년 전의 내가 아닌가 보다.
아마, 거리행진은 주최측이 허락을 받지 못한 것 같다. 일찍 마쳤다. 아이와 국밥집에 몸을 녹일 겸 밥을 먹으러 갔다. 집회 때문인지 모든 식당이 꽉 찼다. 그 속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각각의 테이블에서 잔을 부딪히면서 '타도'를 외쳤다. 우리 테이블도 옆 테이블의 젊은 여성들과 물 잔을 부딪히며 '타도'를 외쳤다. 모두 나이를 불문하고 공감대가 형성이 되었다. 슬프기도 하고 참...
그러면서 오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미 머릿속에서 매일 와야 겠다는 의지가 생기기 시작했다. 일주일치 밥과 반찬을 미리 준비해 놓고 광장으로...
5. 희망을 보다
집에오면서 뉴스를 계속 보았다. 여전히 여당은 참여를 하고 있지 않았다. 결국 오늘은 이렇게 국민에게 패배감을 안기는 그들이 이해가 되지 않고 가슴속에 슬픔이 자리 잡았다. 그런데 어떤 기자가 말하는 것을 듣게 되었는데 투표 결과를 보면서 실망을 금치 못해 포기하려고 했단다. 그런데 현장에서 느껴보지 못한 감동을 받았다고. 젊은 청년들이 그들의 노래와 그들의 함성으로 그 추위에도, 투표 결과에도 실망하지 않고 참여하는 것을 보고 울컥했다고. 나도 광장에서 같은 감정을 느꼈다. 집회 현장에서 그들의 소리를 들었고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피켓을 들어 올리는 모습을 보면서 무언가 세대가 달라졌다는 것을, 그리고 밥을 먹으면서 잔을 부딪히면서 유쾌하게 탄핵을 외치는 그녀들의 웃음에서, 우리 집에서 아들과 딸의 모습에서도 희망을 보았다. 이 슬픈 현실에서도...
6. 다시, 광장으로
결과를 낼 때까지 옷 두껍게 입고 따뜻한 물 챙기고, 우리 광장에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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